브리즈번에 이사 오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서핑이었다.
그런데 골드코스트 해변은 파도가 너무너무너무 x999999 높다는 사실..
어느 정도 높냐면은 내 키를 넘는다. 파도가 한번 치면 내가 사라졌다가 나온다. 뉴스에서 2m가 넘는 파도를 이야기하는데 여기는 그냥 매일같이 하루에도 수천번 2m가 넘는 파도가 친다고 생각하면 쉬울것 같다. 아 이러다가 죽을수도 있겠구나를 처음 느껴봤다. 알고봤더니 세계 서핑대회가 열리는 곳이고, 고급자들이 타는 곳이 골드코스트의 해변이었다. 그래서 호주에서 서핑배우기 바로 포기하고 발리에서 서핑을 배워오기로 마음먹었다.
꾸타비치에서 서핑배우기
꾸타비치를 선택한 이유는 파도가 낮고 바다밑이 돌이 아닌 모래로 되어있어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스미냑, 짱구 쪽으로 올라갈수록 해변가에 돌덩이가 많고 파도가 점점 높아진다 하니 수영허접인 나에겐 꾸타비치가 최적의 장소라 생각했다. 발리에서 서핑을 배우기 위해서 꾸타비치와 가까운 호텔로 숙소를 잡았다. 일주일이면 혼자 서서 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상상도 하면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어설수는 있지만, 골드코스트에서 파도를 탈 수 있을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사실이다.
꾸타비치에서 서핑을 배우기 위해서는 가장먼저 해야할일이 흥정이었다. 정말 2m 에 하나씩 다른 서퍼 노점(?)들이 그늘에 의자와 함께 줄지어져 있는데, 꾸타비치 아무 입구나 들어가도 제일 먼저 서퍼 아저씨들이 서핑서핑? 안녕하세요? 싸요 서핑 얼마? 등등 알고있는 한국말들을 늘어놓으며 가격흥정을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면 바로 그만두고 그 다음 영역에 있는 아저씨들이 와서 새로운 흥정을 시작한다. 꽤나 흥정에 자신있는 나도 두번째 아저씨에게 KO패 당했다. 진짜 집요하고 끊임없는 말붙임으로 사람 힘을 다 빠지게 만들더라.. 괜찮다 그래도 싸게 했다고 나름 자부한다. 1시간 강습 1시간 자유시간 2인 2만원 정도 냈으니 말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부분 저렴하면 1시간 강습에 만원정도 내면서 자신이 받았던 강사를 추천했었는데.. 다녀본결과 난 다 똑같았다. 다들 친절하고 유머감각있고 초보가 배우기엔 매우 훌륭한 서퍼들이었다.
그리고 이 저질체력에게는 정말 1시간 강습도 너무 힘들었다. 사실 일어서는것은 쉬웠다. 쫄지만 않으면 누구나 1시간 안에 일어서서 탈 수 있다. 대신 물을 진짜 많이 먹는다. 미친듯이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일정거리만큼 가야하는데, 강사아저씨가 밀어주지만 은근 힘들더라.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ㅎㅎ 그렇게 난 1시간만에 넉다운되었다.
서핑을 할때는 오전시간이 초보자가 타기에 훨씬 파도가 좋다고 한다. 다들 10시전에 와서 타고 가라고 했지만, 늦잠을 자는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 대부분 11시쯤 갔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8.9시쯤 오면 파도가 더 타기 쉽다고 했다. 그때 타본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하다.
서핑을 하면서 매우 못하는 몸치는 아니었지만, 서핑이 내스타일은 아니었다. 파도를 타는 그 느낌이 다들 짜릿하고 재밌다던데 그냥 그랬다. 배우며 혼자 점점 늘어가는 느낌은 참 좋았다. 하지만 유유자적한 스탠드업 패들보트가 나에게 더 맞는 스포츠 인것 같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난 호주에서 서핑이 아닌 스탠드업 패들보트를 더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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